대북 식량 지원 떡밥

어부 님 글에서 트랙백합니다 ^^

 대북문제를 잘 아는 게 아니어서 말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의문은 남는다.


 일단 식량이 북에 넘어간 이후엔, 우린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건 맞다. 만약 우리 조사원이 그 식량을 끝까지 따라가서 주민들이 그걸 먹는 것까지 확인한다손 치더라도, 북측 정부가 배급량이나 세금으로 장난을 친다면, 해당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후생의 총량은 변화가 없겠지. 그것도 맞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게 완전히 똑같은 과정과 결과일까?

 북한에 공급되는 식량의 상당수가 남측에서 온 거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고들 한다. 그건 모를 만한 사람은 모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전에 남측이 쌀 포대에 국기를 표시하는 문제를 갖고 북측과 트러블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그건 쌀포대의 표기 자체만으로도 북측이 신경쓸만한 꺼리가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국경(=휴전선)만 넘어가면 손댈 수 없게 되는 것과, '되는 데까지' 트랙킹을 하는 건, 같지 않다. 남에서 넘어간 식량이, 바로 군부대로 직행한다면, 그 식량은 북한 내에서 '순환' 될 여지가 '아예' 없어진다. 그러나 어떻게든 구석구석까지 그 식량이 돌게끔 한다면, 그 식량이 '분배'되는 효과는 제한적이나마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시쳇말로 중간에서 떼먹더라도, 좀 더 많은 넘들이 떼먹게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우리가 그 식량을 트랙킹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우리는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좀 더 많이 갖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최소한 정보라도) 물론 북한 정부는 그걸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그걸 최소한 협상 카드로서, 그게 작을지라도, 들고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심쓸 카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겠냔 말이다..


 넘어간 식량이 주민들에게 애초에 돌지 않는 경우와, 일단 배급이 되었다가 이런저런 방식으로 '재수거' 되는 건 같은 경우가 아니다. 인간은 원래 애초에 넘볼 수 없는 나무보다, 일단 손에 들어왔다가 나간 것에 민감하게 마련이다 (비슷한 유인으로 벌어진 횡령과 고소 사건이 있기도 했다.) 지원된 식량을 주민들에게까지 보급되는 걸 강제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북한 주민의 후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건 이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외교 행위는 내부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북으로 넘어간 남측 쌀이 군부대로 직행하더라.. 라는 보도는, 어쨌건 강력한 것이고, 우리가 준 것에 대해 권리를 갖자는 이야기는 어쨌든 정론이다. 현실론으로 반박할 여지가 없지야 않겠지만, 일단 칼자루를 쥔 게 명분 측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법.


  인도적 차원에서의 식량지원/ 정치적 견제로서의 에너지 제한  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인도주의 하에서든 뭐든, 주는 것은 주는 것이고,그리고 그것이 기회비용을 발생시키는 이상 (남측에도 빈민은 많다라거나..) 그것은 정치적인 방패들을 어떻게든 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냥 인도주의를 주장하기에는, 우리 사정도 갈수록 각박해져가고 있다. 곡물값은 뛰고 있고, 인심은 팍팍해져가는 중이다. 식량지원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마냥 대북관계나 장기적 효과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우리 식량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보낸 쌀이 핵무기가 되어 되돌아왔다'는 프로파간다는, 그렇게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닌 것이다

by Ha-1 | 2008/02/19 18:52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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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무제 at 2008/02/19 23:34

제목 : 만나(?)작전 : 개요
대북 식량 지원 떡밥그리고, 국경(=휴전선)만 넘어가면 손댈 수 없게 되는 것과, '되는 데까지' 트랙킹을 하는 건, 같지 않다. 남에서 넘어간 식량이, 바로 군부대로 직행한다면, 그 식량은 북한 내에서 '순환' 될 여지가 '아예' 없어진다. 그러나 어떻게든 구석구석까지 그 식량이 돌게끔 한다면, 그 식량이 '분배'되는 효과는 제한적이나마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시쳇말로 중간에서 떼먹더라도, 좀 더 많은 넘들이 떼먹게 되지 않겠는가.음, 조선......more

Commented by 어부 at 2008/02/19 18:53
Ha-1님, 트랙백 걸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하던 '검증의 필요성'을 완벽하게 제대로 해설해 주셨군요.
Commented by Ha-1 at 2008/02/19 18:58
어부 님// 그닥 완벽한 글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트랙백 보냈습니다 ^^;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02/19 19:38
WFP쪽으로 원조되는 식량은 불완전하게나마 분배에 대한 감시가 되는데(이 친구들은 자신들의 직원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으로는 식량지원을 안해줌... 그런데도 이친구들은 항상 원조에 필요한 식량이 모자라다고 하지요...) 대북차관으로 직접 제공되는 한국발 원조물자는...... 전 정부에서 검증문제를 계속 걸고 넘어졌더니 현 정부에서의 지원의 경우 북한에서 물자가 잘 분배되었다는 확인서 한 장은 넘겨준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종잇장 한 장....(이것때문에 '서류상'의 대북원조물자 분배검증 횟수는 크게 늘었지요...)
검증문제를 '부드럽게' 강화시키려면 대북차관으로 제공되는 분량을 WFP명목으로 돌리고 그쪽 직원들 숫자를 강화해버리는 방법도 있다는 것.
Commented by 어부 at 2008/02/19 21:26
Ya펭귄님/ 오호,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그런데 WFP가 요즘 트랙킹 안 된다고 북한에 불평을 계속 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Commented by 좌파논객 at 2008/02/19 21:58
궁금한 게 북한 인민들은 왜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친북파들 주장처럼 인민들이 지도층에 동조해서?
억압이 너무도 철저해서?
이유는 뭘까요...?
Commented by 희나리 at 2008/02/19 22:34
좌파논객 // 아마 태어날때부터 철저히 세뇌교육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반란을 일으킨다 함은 그동안 그네들이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건데 쉽지 않겠죠.
우리네가 갑자기 남자를 사랑할 수 없는거처럼(응?)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02/19 23:15
좌파논객님// 1943년 한반도에서 민중봉기를 일으켜서 조선총독부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지 한 번 생각해 보시면 될 듯 합니다...

탄압체제가 강력하면 민중봉기도 제대로 일어나기 힘들어요... 기대할 만한 건 암살이나, (조직을 가지고 있는) 군부 쿠테타 정도... 사실, 폭동 이야기는 간간히 흘러나오는 중이고, 암살시도는 룡천 폭발사고에서 볼 수 있듯 계속 시도되고 있고, 군부쿠테타설도 흘러나오기는 나옵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02/19 23:17
어부님// WFP 단골메뉴야... 지원할 식량이 부족하다~ 는 것과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 안된다~ 는 건데요 뭐...

사실 WFP감시하에 배분되는 것도 거의 쇼라는 이야기가 있기는 있더군요...(나중에 다시 회수해간다나...)
Commented by Ha-1 at 2008/02/20 00:19
오오 WFP 에 대한 새로운 사실 감사합니다 .(__). 일단 분배되었다면, 다시 회수해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지요. 하나는 '우리는 줬다' 라는 생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일단 줬다 뺏는 경우는 민중들의 불만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거.. 그걸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퍼줘야 겠지요...

전반적인 세뇌 설도 신뢰할 만하고, 혁명은 단지 체제의 강압성이나 야만성뿐만 아니라, 혁명 자체의 '동력'도 있어야 합니다.. 아예 막장이 되어 버리면 그것도 힘들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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