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03일
왜 원자력이 화력발전보다 위험해 보일까?
이미 꽤 알려졌을지도 모르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이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안전하다. 미국의 자동차 사고 사망자는 매년 4만 명 수준인데, 이는 심지어는 베트남 전쟁의 한 해 평균 사망자 5천명의 8배에 이른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비행기 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자동차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광우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조사된 바로는 1명도 없었으나 사람들은 광우병을 '감기'보다 훨씬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체르노빌과 스리마일 아일랜드로 유명한 원자력 발전소는 어떨까? 현재 전세계에 가장 많은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fossil fuel power plant 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볼 여지가 그닥 많지 않다. 화력 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석탄 광산에서는 미국에서만 연간 3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 수는, 중국에 오면 4천7백명이 넘는다. 상대적으로 채굴 량이 훨씬 적은 우라늄 광산 등에서는 사망자가 극히 적은 편이다.
원자력 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방사능'조차도, 화석연료 발전소가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최근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 은 석탄을 태우고 남은 찌꺼기에서 동급의 원자력 폐기물의 100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석탄 자체는 문제되지 않으나, 석탄이 연소되며 fly ash(비산회) 로 산화하는 과정에서 천연 석탄에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의 함량이 10배까지 농축된다는 것.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면, 화석연료 발전소의 환경적/안전성 메리트는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원자력이 더 위험한 발전소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 Freakonomics의 저자 Levitt과 Dubner는, Risk 와 Uncertainty의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고 있다.
Risk 와 Uncertainty는 둘 다 투자자가 싫어하는 요소이긴 한데, 둘은 어떻게 다를까? Ellsberg paradox 라는 이름의 유명한 실험이 있다. 두 단지를 준비하는데, 둘 다 100개의 흰 공과 검은 공이 들어간다.
이 때, 첫째 단지에는 흰 공과 검은 공이 50:50의 비율로 들어 있다. 둘째 단지에는, 똑같이 100개의 흰 공과 검은 공이 있는데, 그 구성 비율을 알 수 없다. 참가비와 함께 흰 공에 상금이 주어진다면, 어떤 단지에서 뽑는 것이 유리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률적으로 둘째 단지가 더욱 유리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첫째 단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ambiguity aversion (모호성 기피) 인 것이다. 여기에서, 확률이 확실한 게임을 하게 되는 첫 번째 단지에서의 검은 공을 뽑을 가능성은 risk가 되고, 몇 개가 들어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두 번째 단지에서의 검은 공 추출은 uncertainty가 된다.
석탄이 무엇인지, 그것을 태우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에서 나오는 그을음과 일산화탄소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는 것은, 심지어는 우리가 발전소에 대해 어떻게 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원자력 발전이 위험해 보이는 까닭은, 그것이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알기 쉽지도 않다는 데 있다.
물론 원자력 지옥 화석연료천국(?)의 이미지가 생긴 것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마타도어에 근거한 것일수도 있겠는데, 다행히도(?) 원자력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실은 딱히 대안이 없어서) 원자력에 대한 혐오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오히려 화석연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결정적인 이유는 화석연료 발전이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가 '통제가 어렵고 uncertain 하기 때문' 이라니, 중요한 것은 '실제'보다는 '심리'일 지도 모른다.
# by | 2008/04/03 23:55 | 트랙백(2) | 덧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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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도 지진에 의한 원자로 하부의 작은 균열로 방사능이 샌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 60~70년대에 지은 발전소도 10만년에 1 확률의 지진(고베 지진급)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로 되어있죠 'ㅡ'
북한이 미사일을 날리고 여객기가 들이받는 경우도 10만분의 1 확률보다 낮으니;;
그간 쌓여온 잘못된 인식이 문제지 원자력 발전소는 토목구조학 적으로 봤을 때
거의 마징가 Z 수준의 안전성을 자랑합니다. 'ㅡ'
방패장도 생각이 나는군요..
솔직히 원자력 발전소는 있을 수 있지만
방패장은... 왜 발전소에서 나온 것을 다른 곳으로 멀리 가져가야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ㅇㅅㅇ 이건 어떤가요?
It's dangerous. It's scary. But, It can save the world. - 언제적인가 NGH에서 원전에 대한 평 -
TV에선 인터뷰 한걸 보면 죽은것보다 더 나쁜 상태의 분들이 나오던데요
감기는 치유가 됩니다만.. 적절한 비유는 아닌것 같습니다.
원자력-화력
한번에 왕창 죽나, 꾸준히 많이 죽나의 차이? ^_^;;;
http://en.wikipedia.org/wiki/Mad_cow#BSE_statistics_by_country
0명은 아니지만, 감기보다 안전한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굳이 교통사고라고 할것까지도 없겠네요. 미국내에서 년간 5000 이상의 "보행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체감상 감기와는 조금 다른게 맞긴 한것 같습니다.
감기는 감기 합병증으로 죽'기도'하지만, CJD의 경우 죽거든요...
그리고...방패장이 뭔가 했는데, 방폐장 말씀하시는거였네요[...]
어쨌거나, 인재(人災)만 확실히 막을 수 있다면 청정연료 원자력 이라는 주장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건 어디까지나 문제가 생길정도로 해이해진 근무태도나 문제가 생기면 숨기기 급급한 관계자들 뭐 그런 일들이 있는 경우겠죠.
http://en.wikipedia.org/wiki/Talk:Environmental_effects_of_nuclear_power
사람들이 그 안에서 총 소모하는 시간을 곱해보면 자동차쪽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올 것이고 당연히 자동차쪽 사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야겠죠.
희나리// 옥수수에서까지 에탄올을 뽑아 쓰는지라..
capcold 님// 그러게 말입니다. 원자폭탄의 이미지가 크겠네요...
李昌浩 님// 설명 감사합니다 ^^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테러 대상으로 하기 좋다는 게 좀 문제이긴 합니다..
은현 님// 사실 저준위폐기물의 경우 반감기가 길다는 문제점이 있긴 합니다.. 최근에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하여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를 줄인 사례가 보고된 바 있네요 http://optics.org/cws/article/research/18071
지나가던 이 님, 유월향 님// ^^..
Dummy 님// CJD는 원래부터 있었는데, 자체로 매우 극소수의 질병이었고, 변형질인 vCJD가 최근에 문제된다고 하는데 그 사망자가 '감기로 사망한' 수에 비해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꾸준한 대처를 통해 광우병을 많이 줄였네요 http://www.cjd.ed.ac.uk/figures.htm
전찬일 님//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이안 님, 이등 님// 이런 통계도 있네요..http://www.geocities.com/dtmcbride/travel/train-plane-car.html
정시퇴근 님// 그러게 말입니다 ^^ 사실 찾아보면 그런 작품이 많을 거예요
케이디디 님// radicalist 들은 항상 문제지요.. 끔찍한 사진을 '갤러리'로 만들어 놓은 걸 보면 그 진정성에 의문이 갈 때도 있긴 합니다.
명랑이 님// 넵. 그런데 여기서 그 '심도'라는 게, '실제'심도가 아닌 '인지된'심도일 수 있다는 거지요..
마커스 님// 사실 스리마일 섬 사고는 그닥 대형사고라고 보기엔 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슈타인호프 님// 쓸 땐 좋지만.. ^^;;
라이넬 님//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대신 감기는 감염율 자체가 워낙 높은지라...
사실 '한우'도 청정함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 ;;
훈민 님// 궁극적인 대체에너지는 어떻게든 우주에서 가장 일반적인 에너지 소스인 수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닥 진전이 없네요 ^^;;
윤정 님// DMZ가 생각납니다 ^^
Ya 펭귄 님// 그렇지요. 사실 안습인 것은, 원전보다 '위험' 한 것들이 그 위험성이 '인지'되지 않아서 충분한 보상금이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절대 인구수가 많고 대도시처럼 좁은 공간에 많은 자동차가 다니며 이용 빈도가 많기 때문이지 비행기가 자동차에 비해 안전해서 비행기 사고로 죽은 사람이 적은 것은 아니죠.